[한겨레] “조각보는 양반에겐 절약, 서민에겐 가난 상징”

관리자

2014/01/02



전통 조각보 작가 강금성씨
스카프 하나 완성하는 데 열흘
“자부심 갖고 다양한 시도 할 것”

 

지난달 초 한국을 찾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아이엠에프) 총재는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의 조각보 스카프를 매고 나왔다.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이 스카프 마니아로 알려진 총재에게 선물한 바람개비 문양의 비단 스카프였다. 

 

여성가족부 쪽은 “장관이 라가르드 총재의 은발과 피부톤을 염두에 두고 직접 색깔과 길이, 사선 끝처리 등 디자인을 제작 의뢰했다”고 밝혔다. 외국 공무원들이 에르메스 등 그 나라의 유명 브랜드 스카프를 외빈들에게 선물하는 데 착안한 것이다. 

 

스카프를 만든 강금성(54) 빈 컬렉션 대표는 고급 이부자리를 주로 제작하는 전통 침구 작가다. 그는 “우리 전통 조각보는 양반들에게는 절약 정신이었고, 서민들에게는 가난의 산물이었다”고 말했다. 조각보는 엄청난 손작업 끝에 탄생한다. 라가르드 총재의 스카프를 예로 들면, 비단의 올을 뽑아가며 빈틈없이 재단한 총 250여개의 삼각형 조각을 썼다. 사각형 하나에 8조각 삼각형의 각도와 대각선을 맞춰 일일이 바람개비 모양으로 누벼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스카프 하나 완성하는 데 열흘 남짓 걸린다고 한다. ‘장인들의 한 땀 한 땀’을 강조하면서 ‘명품’이라 일컫는 외국 고가품에 견줄 만하다. 

 

“외할머니가 한복을 지으셨거든요. 그 모습을 보며 어릴 때부터 한복의 바느질과 전통 색감을 마음에 품게 됐고, 30대에 퀼트를 배우면서 우리 전통인 조각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성인이 돼 바느질을 하다 보니 목 디스크가 와, 낮고 작은 베개를 만들려고 시도한 누에고치 베개는 뜻밖에 일본 편집숍에 진출하는 등 큰 인기몰이를 했다. 천 조각을 삼각형으로 접고 회오리 모양으로 붙여서 박음질한 ‘잣물림’ 방석도 공방의 대표 상품이다. 지금은 아기의 배내옷, 버선, 어른용 의류, 소품들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해 4월엔 국제가구박람회가 열리는 밀라노에서 연 ‘한국 공예의 법고창신’ 전시회에 참여했고, 9월엔 프랑스 생활디자인 박람회 ‘메종 오브제 파리’에 제품을 선보였다. 요즘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캐시미어 같은 원단에 조각보를 접목한 스카프와 담요, 그리고 의류까지 다채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침구류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3분의 1을 베개와 이불에 지탱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침구는 생로병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비단 금자가 들어간 이름처럼 비단을 만지면서 살고 있지만 전통공예는 진짜 어려운 일 같아요. 전통 자수 장인들이 줄어들고, 색동을 인쇄한 명주천도 찾기 힘들어요. 우리 전통 기법이나 색감을 촌스럽다고 보는 경향도 여전해 장벽이 높은 편이지요.”

 

정부를 중심으로 요즘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상과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 그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부심을 갖고 협업 등 여러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출처: 한겨레] “조각보는 양반에겐 절약, 서민에겐 가난 상징”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18145.html